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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버거 (Simon Berger) - 깨짐으로 탄생한 예술

artsan 2025. 8. 1. 15:00

“ 나는 이 깨진 유리 얼굴을 통해 보편적인 영향 전달하고 싶다. ”
–사이먼 버거, 듀크 매거진 인터뷰 中 

사이먼 버거 (Simon Berger)
1967년 스위스 출생
유리 조각 및 설치 중심으로 작업
스위스 브르크 기반 활동
파괴를 통한 창조, 인간 얼굴의 감정과 기억에 대한 탐구
미국 워싱턴 국립여성역사박물관, 독일 팔켄호프 미술관, 아트 바젤 마이애미 등에서 전시 및 주요 컬렉션 소장

 

사이먼 버거는 파괴와 창조,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긴장감 속에서 인간의 얼굴과 존재를 탐구하는 동시대의 대표적인 유리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다. 그는 유리라는 비정형적이고 예민한 매체를 통해, 타격과 균열을 이용해 사실적인 초상을 형상화하며, 유리라는 재료가 지닌 빛, 투명성, 긴장감을 예술의 언어로 확장시킨다.

스위스 브르크에서 태어나 활동하는 버거는 목수로서의 수련을 거쳐 거리 예술과 스프레이 페인팅 등 다양한 재료 실험을 거쳤고, 자동차 앞 유리를 활용한 실험에서 독자적인 조형 방식을 발견했다. 그는 유리판 위에 망치를 정밀하게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형태발생(Morphogenesis)’시키며, 표면의 균열과 그림자, 빛의 반사를 통해 내면의 감정과 인간의 서사를 형상화한다.

그의 작업은 무작위적인 파괴가 아니라 의도된 정교함에서 비롯되며, 파쇄와 손상이라는 행위를 통해 오히려 빛과 희망을 드러낸다. “무질서는 범죄로만 이어지지 않습니다. 무질서는 빛의 세계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유리를 깨뜨리는 행위 속에서 인간성과 생명력을 되살린다.

버거의 대표작 중 하나는 미국 부통령 카말라 해리스의 유리 초상화로, 이는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 몰에 설치되어 ‘유리천장을 깬 여성’이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했다. 이 외에도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의 희생자들을 기린 《We Are Unbreakable》 프로젝트 등 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작업을 선보이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 무라노 유리 박물관, 트레비소 시립 박물관, 독일 팔켄호프 미술관, 국립여성역사박물관 등 다수의 미술관과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으며, 유리를 해석하는 동시대 시각 예술의 새로운 경로를 개척하고 있다.

 


◈ 최근 주요 활동

  • 2025 –《 Tra Madre e Figlio 》,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 노팅힐, 런던  (Cris Contini Contemporary, Notting Hill, London)
  • 2024 –《 Lasting Moment 》, 로랑 마르탈러 컨템포러리(Laurent Marthaler Contemporary)
  • 2023 –《 Simon Berger: The Doors of Perception  》,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 노팅힐, 런던 (Cris Contini Contemporary, Notting Hill, London)

2025년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Tra Madre e Figlio》는 사이먼 버거가 성모 마리아와 예수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탐구한 몰입형 설치작으로, 2025/2026년 주빌리와 연계되어 로마 예술가 교회에서 선보인 대형 전시다. 이 전시는 유리와 나무를 주요 재료로 사용하여 신성과 인간성, 연약함과 강인함이라는 이중적 정서를 조형적으로 풀어냈으며, 빛을 굴절시키는 유리 조각을 통해 관객의 지각 경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 전시는 바실리카 입구에 배치된 장소 특정적 구조물로 구성되어, 공간 자체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신성한 이미지에 대한 감각적 접근을 제시했다.

2024년 로랑 마르탈러 컨템포러리에서 열린 《Lasting Moment》는 버거와 오랜 협업자인 피에르 알랭 묀거(Pierre-Alain Münger)가 공동 제작한 작업들을 포함한 이중 개인전으로, 각각 유리와 금속이라는 상반된 재료를 통해 파괴와 압력, 물성의 변형에 대한 조형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 전시는 특히 서로 다른 매체 간의 대화를 통해 ‘순간의 지속성’이라는 주제를 구조적으로 확장시켰다.

2023년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과 로 스투디오로 다르테가 주관한 《Simon Berger: The Doors of Perception》은 이탈리아 산세폴크로 시립 박물관에서 열린 대형 개인전으로, 올더스 헉슬리의 에세이에서 착안해 ‘지각’이라는 개념에 집중하였다. 유리 캔버스를 활용한 상자형 설치물은 관객을 ‘관찰하는 마음의 메커니즘’ 속으로 몰입시키며, 유리 표면에 생성된 균열과 주름을 감각적 미로로 전환시켰다. 이 전시는 르네상스 회화와 동시대 유리 조각이 만나는 지점을 실험하며, 사이먼 버거 특유의 ‘형태발생(Morphogenesis)’ 기법이 어떻게 감각의 환영과 정신적 공간으로 이어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버거는 이 전시를 통해 “파괴를 통한 아름다움”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미학적 언어로 정제했으며, 유리라는 매체가 지닌 연약함을 오히려 숭고함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전시 종료 후 박물관에 기증된 대표작 <지각의 눈>은 산세폴크로 시립 박물관 영구 소장품에 포함되어, 과거와 현재, 르네상스와 동시대 예술 사이의 대화를 상징적으로 잇는 기념비적 사례로 기록되었다.


◈ 대표 전시 및 활동 이력

  • 2025 –《 Tra Madre e Figlio 》,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 노팅힐, 런던  (Cris Contini Contemporary, Notting Hill, London)
  • 2025 –《 Reverberation 》,  리슐리외 아틀리에, 리슐리외, 프랑스 (Atelier Richelieu, Richelieu, France)
  • 2024 –《 Lasting Moment 》, 로랑 마르탈러 컨템포러리, 몽트뢰, 스위스 (Laurent Marthaler Contemporary, Montreux, Switzerland)
  • 2024 –《 Simon Berger: Monuments  , 언더독 갤러리, 리스본, 포르투갈 (Underdogs Gallery, Lisbon, Portugal)
  • 2024 –《 Visionary Realms》, 파비앙 카스타니에 갤러리, 리틀 아이티, 마이애미, 플로리다, 미국 (Fabien Castanier Gallery, Little Haiti, Miami, Florida, USA)
  • 2024 –《 Simon Berger & Vierwind: Fragile 》, 아트스튀블리, 바젤, 스위스 (Artstübli  Basel, Switzerland)
  • 2023 –《 Simon Berger: The Doors of Perception 》,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 노팅힐, 런던 (Cris Contini Contemporary, Notting Hill, London)
  • 2023 –《Echo》, 파비앙 카스타니에 갤러리, 리틀 아이티, 마이애미, 플로리다, 미국 (Fabien Castanier Gallery, Little Haiti, Miami, Florida, USA)
  • 2022 –《Glasstress: State of Mind》, 베렌고 재단, 무라노, 베니스 (Fondazione Berengo, Murano, Venice, Italy)

 

1. Tra Madre e Figlio (2025) 

《Tra Madre e Figlio》(어머니와 아들 사이는) 전시는 로마 예술가 교회에서 선보인 장소 특정적 설치 작업으로, 이후 크리스 콘티니 현대미술관을 통해 세계적 투어의 일환으로 런던 노팅힐에 전시되었다. 파스칼레 레티에리와 산드라 상손의 공동 큐레이션 하에 기획된 이번 프로젝트는,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 사이의 깊은 유대감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전시는 파편화된 유리를 주요 매체로 사용하여, 파괴와 재조합을 통한 창조 행위 자체를 형상화한다. 특히 2023년에 제작된 대표작 《성모 마리아와 예수》는 유리와 나무를 결합한 대형 초상 조각으로, 각각의 균열은 연약함과 강인함이라는 상반된 속성을 동시에 품는다. 버거는 유리의 굴절성을 통해 지각의 본질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며, 깨진 조각들로 구성된 이미지를 관객이 하나의 전체로 인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관계성의 본질에 접근한다.

전시된 작품들은 바실리카 입구에 배치되어 신성한 공간과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감상자에게는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서는 몰입형 감각을 제공한다. 이 조각적 환경은 마치 '이미지의 미궁'처럼 구성되어, 단편적으로 인식된 파편들이 함께 모여 더 깊은 상징적 의미를 발현하는 구조를 갖춘다.

전시의 주제를 두고 안토니오 스탈리아노 주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창조성, 즉 사랑 안에서 서로를 존재하게 하는 강력한 현실입니다. 여기에서 제안하는 예술적 제스처는 모든 진정한 인간 관계에 존재하는 심오한 현실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일깨워주고자 합니다.”

 

2.  Simon Berger & Vierwind: Fragile (2024) - 슈타인엔토르베르크 예술학교 10주년 전시

사이먼 버거는 2024년 슈타인엔토르베르크 예술학교 1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 《Fragile》에서 아티스트 피어윈드(Vierwind)와 협업하며, ‘연약함’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깊은 조형적 대화를 펼친다. 이 전시는 Artstübli – Art & Culture가 지난 10년간의 프로젝트와 설치 작업을 되돌아보며 기획한 회고적 성격의 전시로, 재료와 감각, 인간의 존재론적 상태를 다룬 버거의 작업을 중심에 두고 구성된다.

버거는 유리를 파괴하는 망치의 직접적 제스처를 통해 물질의 경계를 실험하고, 유리라는 매체 특유의 투명성과 균열, 빛의 굴절을 조각적 언어로 전환한다. 그의 작품에서 망치는 단순한 파괴 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깊이를 증폭시키는 장치가 되며, 유리는 감정의 흔적이 새겨지는 ‘투명한 피부’처럼 기능한다. 특히 그는 인간의 얼굴을 주요 모티프로 다루며, 균열 속에서 정체성이 드러나는 과정을 하나의 발견의 여정으로 제시한다.

《Fragile》에서 사이먼 버거의 유리 작업은 피어윈드의 유려한 붓질과 병렬되며, 연약함과 강인함, 직선성과 곡선성이라는 조형적 이항 대비를 형성한다. 버거의 유리 파편은 날카로운 모서리로 내면의 상처와 긴장감을 드러내는 반면, 피어윈드의 회화는 감정을 감싸는 유동적 제스처로 시각적 여백을 형성한다. 중심에서 외부로 확산되는 두 작가의 움직임은 방향은 같지만 감각은 상이하며, 이로써 전시는 인간 존재의 다양한 감정 지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바젤 출신 아티스트 니치 요스트(Nici Jost)의 공간 설치 작품 《From West to East to Space》의 색채 구성에서 착안한 핑크 톤으로 채색되었으며, 이로 인해 관람객은 시각적 몰입과 감정적 공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전시의 일부로는 특별 제작된 좌석과 바 공간이 함께 마련되어 관객과 예술 사이의 물리적·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환대적 구조를 형성한다.

 

◈ 수상 경력

  • 2021  Cannes Lions Award (미국)
  • 2022  Cannes Lions 후보 (프랑스)

◈ 작가의 대표작

1. Transformation - 2023 스위스 바젤 

《Transformation》은 사이먼 버거가 스위스 바젤에서 처음 선보인 공간 설치 작업으로, 유리를 매개로 한 감각적 경험의 확장을 시도한 전환점의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유리의 물성, 반사성, 그리고 파괴와 재구성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인식과 정체성의 경계를 탐색한다.

전시 공간은 이동 가능한 유리판, 거울 조각, 빛의 굴절과 입사, 음향 효과 등이 유기적으로 엮인 구조로 구성되며,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바닥 유리판은 관람자의 체중에 반응해 섬세하게 갈라지며, 이는 작가 특유의 ‘통제된 파괴’를 직접 체험하게 만드는 장치다. 이러한 장면은 마치 “파편 위를 걷는 자아의 여정”처럼 해석될 수 있다.

거울 조각을 통한 인물의 반사 이미지는, 버거가 일찍이 언급한 “안전 유리 속에 담긴 사람의 얼굴은 추상과 구상을 가로지르며 관람객을 마법처럼 끌어당긴다”는 그의 미학을 실현하는 핵심 장치다. 이러한 구성은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고, 관람객 자신이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한다.

《Transformation》은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청각·신체 감각·공간적 몰입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설치미술로 확장되며, 버거의 조각 언어가 평면 유리 작품을 넘어 ‘공간 조각’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진화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이후 열리는 유리 기반 퍼포먼스, 요리 행사 등과 결합되어 전시 기간 동안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형성되는 ‘살아 있는 전시’로 작동한다.

버거는 이 작업을 통해 자신이 수년간 탐구해온 ‘연약함의 미학’을 한층 확장하며, 현대 조각에서 물질성과 감각성, 참여성과 반성성의 통합을 시도하는 동시대적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2.  Tower (2022-) 

《Tower》는 사이먼 버거가 층층이 겹쳐 쌓은 깨진 유리판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구현한 조각으로, 작가의 기술적 정밀성과 개념적 탐구가 만나는 결정적인 작업이다. 이 작품은 조각과 회화, 건축의 경계를 넘나들며, 파편과 구조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한다.

작가는 먼저 각 유리판을 신중히 금 가게 한 뒤, 이를 수직으로 정렬해 쌓아 올린다. 이러한 반복적이고 장인적인 행위는 단순한 형태 구축을 넘어서, 시간성과 감정의 축적을 시사한다. 유리판은 각 층마다 미세한 조각의 차이로 인해, 거대한 투명 조각 내부에 하나의 인물상이 떠오르도록 구성된다. 마치 고대 대리석을 다듬는 전통적 조각과 디지털 픽셀화된 이미지 구조가 결합한 듯한 형태다.

《Tower》는 버거가 강조해온 “균열을 통한 정체성의 형성”이라는 테마를 가장 극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작가는 이를 두고 “수직 모자이크”라 부르며, 균열 속에 스며든 빛과 중첩된 층위를 통해 유리의 시적 물성을 극대화한다. 유리는 원래 깨지기 쉬운 재료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쌓여감으로써 강인한 조형적 존재감을 획득한다. 이는 마치 상처와 결핍의 경험을 통해 더 강한 자아가 탄생한다는 인간 조건의 은유처럼 읽힌다.

형식적으로는 미니멀리즘의 엄격함을 따르지만, 그 내부에는 인물 형상의 감정성, 즉 불완전함과 회복, 그리고 조용한 회한이 응축되어 있다. 감상자는 유리의 두께와 균열의 깊이를 따라 시선을 이동하면서, 외형 너머에 숨겨진 감정적 진폭을 감각하게 된다. 이처럼 《Tower》는 단순한 시각적 오브제를 넘어, 관람자의 정체성까지 반사시키는 투명한 인물 초상이자, 현대 유리 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하는 대표작이다.


◈ 작품 감상 포인트

1. 비전통적 회화 캔버스

  • 사이먼 버거는 유리를 단순한 창문이 아닌 ‘회화의 표면’으로 확장한다. 투명하고 매끄러운 유리 위에 망치를 가해 이미지를 조형함으로써, 파손과 표현 사이의 경계를 허문다. 

2. 충돌과 통제의 균형

  • 작가는 파손이라는 우연성과 조형이라는 의도를 균형 있게 조율해, 유리 표면 위에 사실적인 인물의 윤곽을 남긴다.

3. 파괴에서 탄생한 초상

  • 깨진 유리 조각은 인간의 얼굴, 표정, 감정으로 승화된다. 이는 관객에게 ‘파괴’가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탄생’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사이먼 버거의 작업은 무엇보다도 ‘유리’라는 재료의 이질성과 물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일반적으로 깨지기 쉽고 파손되면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유리를 그는 조각과 회화의 경계에 위치한 예술 언어로 전환한다. 망치와 못, 절단기 등의 도구로 표면을 조각내듯 두드려 이미지와 형태를 형성하는 과정은 재료를 '그리는' 동시에 '해체'하는 이중적인 접근으로 읽힌다. 이 물질성과 그 파괴의 흔적은 유리가 지닌 본래의 차가움, 투명성, 경계성에 새로운 감각적 깊이를 부여한다.

그의 작품에서 인물의 표정과 감정의 층위는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피사체는 사진처럼 정교하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파편화된 선들과 틈 사이로 분열된 감정이 드러난다. 마치 깨진 거울을 들여다보듯, 하나의 얼굴이 여러 개의 시점과 감정 상태를 반영하는 듯한 인상을 줌으로써 작가는 단일한 이미지를 넘어, 감정의 불완전성과 인간 존재의 복잡함을 시각적으로 구조화한다.

사이먼 버거의 작업은 또한 시간성과 흔적을 품고 있다. 유리를 쪼개고 긁고 눌러 새기는 반복적 행위는 단순한 이미지 제작을 넘어, 마치 ‘기억을 저장하는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손끝에서 생성되는 미세한 균열은 물리적 시간의 개입을 상징하고, 그것이 축적되며 구성된 인물은 정적인 조형물이 아닌, 시간과 사건의 퇴적물로 다가온다.

또한 그는 전통적 초상화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을 시도한다. 캔버스 위의 유화, 사진이나 드로잉이 아닌, 두께감 있는 유리판 위에 조각적 방식으로 구현된 초상은 현대적 인물 묘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그가 보여주는 '파괴를 통한 형상화' 방식은 고전 회화에서의 이상화된 초상을 넘어서, 시대의 균열과 긴장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에서 관람자의 위치와 시점 역시 중요한 감상 요소이다. 정면에서 보면 하나의 이미지처럼 보이던 인물은, 측면이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조각난 면들이 빛에 따라 반사되고 일그러지며 전혀 다른 형상으로 다가온다. 이는 관람자가 단순히 시청자가 아니라, 이미지의 조각을 다시 조립하며 감정과 의미를 구성하는 주체가 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그의 작업은 파괴와 생성 사이의 긴장감 속에 서 있다. 일견 폭력적인 방식으로 형성된 이 이미지는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정제되고 섬세하다. 그가 만들어내는 인물들은 결코 완전히 무너지지도, 온전하지도 않으며, 그 경계 어딘가에서 존재한다. 이 불완전함은 우리 자신이 가진 내면의 균열과도 맞닿아 있으며, 사이먼 버거는 이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조건과 감정의 깊이를 시각화한다. 


사이먼 버거는 유리라는 매체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며, 동시대 미술에서 인간의 정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탐구해온 작가로 점차 뚜렷한 위치를 구축해가고 있다. 그는 파괴와 창조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형 방식으로, 유리라는 차가운 재료 안에 인간의 흔들리는 내면을 새기며 감정의 깊이와 물질의 본질을 동시에 드러낸다. 특히 회화, 사진, 조각의 경계를 교차하는 그의 작업은 현대 시각예술의 다매체적 흐름 속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작품성과 기술적 숙련도 모두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버거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갤러리 및 아트페어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으며, 스위스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에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20년대 중반 이후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과 프라이빗 컬렉터 사이에서도 입지를 넓혀가며, ‘신소재 조각’ 분야에서 상업적 주목도를 점차 높여가는 중이다. 특히 아방가르드한 재료 사용과 강렬한 시각성,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는 설치 방식은 대형 전시장과 공공 프로젝트로의 확장 가능성을 뚜렷이 시사하고 있다.

버거의 작품은 현재 스위스 바젤의 Kunsthalle Luzern, LUMAS, Galerie Artelli(벨기에), Art Mûr(캐나다), Fousion Gallery(스페인) 등 다수의 현대미술 기관과 갤러리에 전시 및 소장되어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과 아시아 미술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작가로 부상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미술관뿐 아니라 기업 및 프라이빗 컬렉션에서도 적극적으로 수집되고 있어, 조형성과 감성, 재료 혁신성을 겸비한 동시대 작가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향후 사이먼 버거는 유리 조각의 회화적 확장과 더불어 대형 공공 프로젝트, 건축적 공간과의 협업 등으로 작업 스펙트럼을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의 예술이 단지 시각적 충격이나 기교에 그치지 않고,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회복력을 질문하는 깊은 미학적 사유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사이먼 버거는 그 자신만의 언어로 ‘파편 속의 초상’을 제시하며, 현대 조각의 감정성과 실존성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예술가로 동시대 미술사에 점차 깊게 자리잡아가고 있다.